프롤로그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한 규모다.

그런데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집은 언제 실제 시장에 나오는가?”

정부가 8월 13일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내놓은 뒤 9월 4일 다시 주요 건설사·개발업계와 간담회를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금융·세제·규제 개선을 체감하고 있는지, 현장에 남은 병목이 무엇인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정책에서 계획물량과 실제 입주물량 사이에는 몇 년의 시간이 존재한다.

이번 대책을 평가할 때는 “몇 만호”보다 이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 봐야 한다.

목차

  1. 수도권 23만호+α는 무엇을 해결하려는 공급대책인가
  2. 2022년 이후 착공 부진이 지금 전월세시장에 나타나는 이유
  3. 공급계획과 실제 입주물량 사이에는 긴 시차가 있다
  4. 건설사가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공급 숫자는 현실이 되지 않는다
  5. 무주택자와 세입자가 이번 대책에서 다르게 봐야 할 부분
  6. 공급 확대에도 집값이 바로 떨어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7. 앞으로 진짜 확인해야 할 것은 착공·분양·입주 숫자다

 

1. 수도권 23만호+α는 무엇을 해결하려는 공급대책인가

정부가 8월 13일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대표 숫자는 수도권 23만호+α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주택 공급 물량과 속도, 공급 생태계를 함께 개선하고 청년 등 실수요자의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최근의 매매·전세·월세 가격 상승이 있다.

정부 설명에서 중요한 부분은 수요만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2년 이후 착공 부진으로 미래 입주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유동성 등의 영향으로 주택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주택시장의 공급은 공장에서 제품을 더 만드는 것처럼 즉시 늘릴 수 없다.

토지 확보, 인허가, 사업성 검토, 금융조달, 착공, 공사를 거쳐 입주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현재 입주가 적다면 원인을 3~4년 전 착공 감소에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2. 2022년 이후 착공 부진이 지금 전월세시장에 나타나는 이유

아파트를 착공해 입주까지 가는 데는 통상 수년이 필요하다.

오늘 착공이 줄었다고 내일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몇 년 뒤 새 아파트 입주가 줄어든다.

입주물량이 줄면 기존 주택으로 수요가 집중된다.

특히 매매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세나 월세에 머무르면 임대시장 수요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것이 주택공급의 시차 문제다.

2022~2024년에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PF 불안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면 영향은 2025~2027년 입주물량에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공급을 늘리더라도 당장 다음 달 전세시장에 새 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효과를 평가할 때 반드시 이 시차를 인정해야 한다.

 

3. 공급계획과 실제 입주물량 사이에는 긴 시차가 있다

부동산정책 기사에서 자주 혼동되는 단어가 있다.

공급계획.

인허가.

착공.

분양.

입주.

모두 다른 단계다.

정부가 10만호 부지를 확보했다고 해서 10만가구가 곧바로 살 수 있는 집이 생긴 것은 아니다.

인허가를 받은 뒤에도 사업자가 착공하지 않을 수 있다.

착공해도 공사기간이 필요하다.

분양을 했어도 입주는 2~3년 뒤일 수 있다.

그래서 공급대책의 성과를 발표 물량만으로 판단하면 정책의 실제 효과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이번 정책에서 “신속공급”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유도 기존 계획 가운데 실제 공급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4. 건설사가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공급 숫자는 현실이 되지 않는다

9월 4일 한성숙 국무총리가 건설사와 개발업계를 다시 만난 것은 이 지점과 연결된다.

정부는 8월 13일 대책 이후 금융·세제·규제개선이 현장에서 실제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남은 병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미룬다.

분양가격은 제한되는데 토지가격과 공사비, 금융비용이 크게 올랐다면 예상수익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총사업비가 5,000억원인 사업에서 금융비용이 1%포인트 더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50억원의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사업금융 구조는 훨씬 복잡하지만 금리가 사업성에 미치는 규모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예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 분담금도 올라갈 수 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이 누적된다.

결국 주택공급정책은 땅을 지정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시행 주체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수익·금융 구조까지 만들어야 한다.

 

5. 무주택자와 세입자가 이번 대책에서 다르게 봐야 할 부분

주택 구매를 생각하는 무주택자는 장기 공급량을 봐야 한다.

향후 3~5년 동안 특정 지역에 얼마나 많은 집이 들어오는지가 가격과 선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현재 전세·월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는 장기 계획보다 앞으로 1~2년의 실제 입주물량이 더 중요하다.

5년 뒤 20만호가 공급돼도 다음 달 계약 만기를 맞는 세입자의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은 분양물량을 봐야 한다.

주택 보유자는 주변 입주예정 물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공급대책이라도 개인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6. 공급 확대에도 집값이 바로 떨어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공급이 늘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가격상승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집값은 공급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대출 여력이 좋아지거나 소득이 빠르게 늘면 주택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지역별 선호도 차이도 있다.

수도권 전체에 공급이 많아도 사람들이 원하는 특정 직주근접 지역의 물량이 적다면 가격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23만호라는 전국·수도권 총량보다 어디에 어떤 유형으로 들어오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신축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 공공임대는 같은 주거수요를 완전히 대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23만호 공급 → 집값 하락”이라는 한 줄짜리 공식은 현실을 너무 단순화한다.

 

7. 앞으로 진짜 확인해야 할 것은 착공·분양·입주 숫자다

첫 번째는 인허가보다 착공이다.

사업자가 실제 공사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미래 공급을 판단하기 더 유용하다.

두 번째는 서울·수도권의 입주 예정 물량이다.

특히 전세시장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미분양이다.

공급을 늘리더라도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늘 수 있다.

네 번째는 PF 금융조달 여건과 건설원가다.

사업성이 좋아져야 민간 공급이 실제로 움직인다.

 

결론

수도권 23만호+α는 작은 공급계획이 아니다.

하지만 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23만호인가”가 아니라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하는가”다.

정부가 대책 발표 3주 뒤 다시 건설·개발업계를 만나 금융·세제·규제의 현장 작동 여부를 확인한 것도 결국 계획과 실제 사업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과정이다.

무주택자라면 지역별 착공과 분양계획을, 세입자라면 1~2년 입주물량을, 투자자라면 PF와 건설사 현금흐름을 따로 봐야 한다.

앞으로 정책 성패를 가를 숫자는 발표된 총공급량보다 착공률·분양물량·입주물량·미분양이다.

집은 발표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사가 시작돼야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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