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자동차용 납축전지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납 노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노동자는 정기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혈중 납 수치를 확인한다.
그런데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 건강검진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체내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하면서 일부 노동자에게 ‘비타민 주사’로 안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10월 12일 관련 행위가 정부의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별도 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을 적발해 입건·송치하고 과태료 4천620만원을 부과했다. 납 노출 공정은 지난 4월21일부터 5월7일까지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도 진행된다. 연합뉴스
다만 회사 측은 킬레이션 치료가 건강관리 기준을 초과한 직원에게 의료진 상담 뒤 자율적으로 제공된 치료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수사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진 수치 은폐 의도와 구체적인 책임은 아직 최종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뉴스웨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주사 자체보다 더 크다.
작업환경 때문에 올라간 수치를 노동자의 몸에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작업장에서 납이 몸으로 들어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산업보건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목차
- 노동부는 산안법 위반 68건을 적발하고 경찰에 별도 수사의뢰했다
- 킬레이션은 ‘비타민 주사’와 전혀 다른 치료다
- 특수건강검진 직전 납 수치를 낮추는 행위가 문제가 되는 이유
- 납 노출 관리는 노동자의 몸보다 작업환경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조사해야 과거 노출 영향을 알 수 있다
- 이번 사건은 한 회사보다 납축전지 업계 전체의 작업환경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 노동부는 산안법 위반 68건을 적발하고 경찰에 별도 수사의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말 관련 제보를 받은 뒤 안전보건감독과 정밀 작업환경측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총 68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입건·송치했고 과태료 4천620만원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납 노출 공정에 대해서는 4월21일부터 5월7일까지 사용중지 명령도 내려졌다.
여기에 별도의 법적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특수건강진단 직전 킬레이션 투약이 정부 건강보호 제도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는가다.
노동부는 관련 정황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현재 울산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검진 조작이 확정됐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의도와 지시체계는 수사로 확인돼야 한다.
2. 킬레이션은 ‘비타민 주사’와 전혀 다른 치료다
킬레이션 치료는 특정 약물이 중금속과 결합하도록 해 소변 등을 통해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의학적 처치다.
비타민 보충과는 목적과 작용이 다르다.
중금속 중독 등 특정 상황에서 의료진 판단 아래 사용될 수 있지만 모든 납 노출 노동자에게 가볍게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건강보조 주사로 볼 수는 없다.
치료 과정에는 부작용과 적응증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사안에서는 노동자에게 어떤 설명과 동의가 있었는지.
누가 의학적으로 투약 필요성을 판단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회사 측은 의료진 상담과 자율적 선택에 따른 건강관리라고 설명해온 반면, 일부 노동자들은 비타민 주사로 알았다고 주장한다. MBC NEWS
3. 특수건강검진 직전 납 수치를 낮추는 행위가 문제가 되는 이유
특수건강검진은 단순히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아니다.
작업환경이 안전한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경보장치이기도 하다.
혈중 납 수치가 여러 노동자에게 높게 나온다고 하자.
환기설비가 부족한지.
분진이 퍼지는지.
보호구 착용이 적절한지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검사 전에 몸속 납 농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면 작업환경 위험 신호가 가려질 수 있다.
속도계 경고등을 고치는 대신 경고등 전구를 빼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노동부도 해당 행위가 정부의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한 것인지 별도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4. 납 노출 관리는 노동자의 몸보다 작업환경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산업보건에는 기본적인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유해물질 자체를 제거하거나 대체한다.
다음은 밀폐와 국소배기 같은 공학적 통제다.
그 다음 작업방법을 바꾼다.
마지막이 개인보호구다.
즉 노동자에게 마스크와 약을 제공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 단계다.
납이 공기 중에 많이 떠다니는 공정을 그대로 두고 노동자 몸에서 납을 빼내는 방식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공정 안에서 발생량을 줄이고.
분진이 퍼지지 않게 하고.
작업자가 흡입하거나 손을 통해 섭취하지 않게 해야 한다.
5.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조사해야 과거 노출 영향을 알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달 역학조사평가위원회를 열고 퇴직자를 포함한 DN오토모티브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왜 퇴직자까지 봐야 할까.
직업성 질환은 노출 뒤 오랜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작업환경이 개선됐더라도 과거 노동자가 어떤 농도에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를 확인해야 전체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집단 역학조사는 “누가 병에 걸렸는가”만 보는 조사가 아니다.
근속기간.
공정.
직무.
노출농도.
건강지표의 관계를 분석한다.
특정 공정 근무자가 다른 공정보다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면 작업환경 원인을 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6. 이번 사건은 한 회사보다 납축전지 업계 전체의 작업환경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노동부는 같은 업종의 배터리 제조 사업장 14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이 조치가 중요한 이유는 산업재해 예방의 방식 때문이다.
한 회사에서 특정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은 비슷한 공정과 소재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에도 같은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곳만 처벌하고 끝내면 다음 사고가 다른 회사에서 반복될 수 있다.
업종 전체의 환기설비와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검진.
보호구.
위생관리 수준을 점검해야 예방효과가 커진다.
결론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의 납 노출과 킬레이션 주사 의혹을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을 적발하고 과태료 4천620만원을 부과했으며, 건강검진 방해 의혹은 별도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전·현직 노동자 전체에 대한 집단 역학조사와 동종 배터리 사업장 14곳 감독도 진행된다.
다만 킬레이션 투약의 구체적인 지시와 검진 은폐 의도는 현재 수사·조사 중이므로 확정적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봐야 할 것은 회사 주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실제 납 노출 수준, 장기 건강영향, 작업환경 개선 결과와 동종업계 점검 결과다.
산업보건의 목적은 건강검진 숫자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몸에 유해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공정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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