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부가 CPTPP 가입을 결정했다.

아직 아니다.

가입 신청을 냈다.

그것도 아니다.

8월 27일 정부가 시작한 것은 가입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익과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살펴 가입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 역시 이번 논의가 가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며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CPTPP는 평범한 자유무역협정과 조금 다르다.

현재 일본·영국·캐나다·호주·베트남·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세계 GDP의 약 **15%**를 차지한다.

품목별 관세철폐율은 95% 이상으로 매우 높다.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금융·지식재산권과 각종 비관세 규범까지 다룬다.

수출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반면 농축수산업에는 경쟁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CPTPP는 단순히 "수출이 늘어나는 좋은 협정"도 아니고 "농업을 희생하는 나쁜 협정"도 아니다.

어느 산업의 이익이 얼마나 늘고 어느 산업의 비용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계산해야 하는 문제다.

목차

  1. CPTPP는 무엇이고 일반 FTA보다 개방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2. 정부가 지금 다시 CPTPP를 검토하는 진짜 이유
  3. 자동차·기계·서비스 기업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나
  4. 농축수산업이 가장 강하게 우려하는 이유
  5. 가입 신청을 해도 실제 가입까지는 긴 협상이 남아 있다
  6. 국익을 판단하려면 교역액보다 산업별 손익표를 공개해야 한다

1. CPTPP는 무엇이고 일반 FTA보다 개방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CPTPP의 정식 명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다.

2018년 발효됐다.

현재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12개국이 참여한다.

회원국 GDP를 합치면 세계경제의 약 15%다.

하지만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의 강도다.

관세철폐율이 95% 이상으로 매우 높다.

기존 FTA에서 민감품목으로 남겨둔 상품까지 개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

상품관세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와 데이터 이동, 정부조달, 투자, 금융서비스, 지식재산권 같은 규칙도 포함한다.

즉 단순히 한국 제품의 관세를 깎아주는 협정이 아니라 회원국 사이의 경제규칙 자체를 상당부분 맞추는 협정이다.

2. 정부가 지금 다시 CPTPP를 검토하는 진짜 이유

첫 번째 이유는 수출시장 다변화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길어질수록 한국은 특정 시장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CPTPP 안에는 일본·동남아·호주·캐나다·중남미 국가가 함께 있다.

두 번째는 공급망이다.

한국은 에너지와 광물, 식량, 각종 산업원료를 수입한다.

회원국과 규범을 공유하면 공급망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정부도 이번 논의에서 중견국 연대와 핵심 공급망 안정, 수출시장 다변화를 CPTPP 검토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세 번째는 무역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필요성이다.

글로벌 통상질서가 다자간 WTO 중심에서 지역별 경제블록 중심으로 이동할수록 규칙을 만드는 그룹 안에 들어가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3. 자동차·기계·서비스 기업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나

관세가 낮아지면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가령 한국 제품에 5% 관세가 붙고 경쟁국 제품에는 0%가 적용된다면 같은 원가로 생산해도 한국 기업이 불리하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고 관세가 사라지면 이 차이가 줄어든다.

자동차부품.

기계.

화학.

소비재.

콘텐츠·디지털 서비스 등 여러 분야가 수혜 후보가 될 수 있다.

또 여러 회원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일정 기준 아래 하나의 원산지로 인정하는 누적 원산지 규정이 적용될 경우 기업이 공급망을 더 유연하게 짤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은 이미 상당수 CPTPP 회원국과 개별 FTA를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CPTPP 가입 = 모든 수출품 관세가 처음으로 0%가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실제 추가효과는 국가와 품목별로 계산해야 한다.

4. 농축수산업이 가장 강하게 우려하는 이유

개방의 이익이 가장 큰 산업과 비용이 가장 큰 산업은 다를 수 있다.

CPTPP는 시장개방 수준이 높다.

국내 농산물보다 생산비가 낮은 국가의 농산물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

호주는 축산업 경쟁력이 강하다.

뉴질랜드는 낙농.

캐나다는 곡물과 축산.

일본과는 수산물·농업시장과 식품안전 문제까지 얽힐 수 있다.

농민은 단순히 수입량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몇 %만 낮아져도 국내 농업의 수익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생산비가 1kg당 9,000원인데 판매가격이 1만원인 농산물이 있다고 하자.

수입품 경쟁으로 판매가격이 9,500원으로 5% 떨어지면 매출 감소는 5%지만 농가이익은 1,000원에서 500원으로 50% 감소한다.

원가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작은 가격변화가 이익에 훨씬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도 농·어업계 우려를 특별히 언급하며 산업별 영향을 분석하고 가입을 추진할 경우 국내 보완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5. 가입 신청을 해도 실제 가입까지는 긴 협상이 남아 있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8월 27일 정부는 가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가입 신청도 아직 아니다.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단계다.

정부가 향후 가입 추진을 결정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기존 회원국과 협상이 필요하다.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국회 비준동의라는 과정도 남는다.

산업통상부 장관도 "가입 신청이 곧 가입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 회원국과 협상과 국회 비준이라는 긴 과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부터 "CPTPP 가입 확정" 또는 "수입관세가 곧 없어짐"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6. 국익을 판단하려면 교역액보다 산업별 손익표를 공개해야 한다

FTA 효과는 항상 전체 GDP나 교역액 한 숫자로 평가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국민은 평균경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 부품업체.

농민.

어민.

온라인 서비스기업.

소비자.

각자의 손익이 다르다.

정부가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최소 다음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가별·품목별 관세 절감효과.

산업별 수출 증가 예상.

품목별 수입 증가 예상.

농축수산물 가격영향.

고용효과.

소비자가격 효과.

국내 보완대책 비용이다.

예를 들어 전체 GDP가 0.2% 늘어도 특정 농산물 생산자의 소득이 20% 줄 수 있다.

정책은 이 두 숫자를 동시에 봐야 한다.

반대로 농업 피해만 강조하면서 제조업·서비스업의 수출기회를 전혀 계산하지 않는 것도 균형 잡힌 판단은 아니다.

결론

정부는 8월 27일 CPTPP 가입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가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CPTPP는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세계 GDP 약 15%를 차지하며 관세철폐율이 95% 이상인 높은 수준의 경제협정이다.

한국의 수출기업에는 시장과 공급망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농축수산업에는 강한 가격경쟁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좋은 협정인지 나쁜 협정인지를 지금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

정부가 앞으로 공개할 산업별 경제효과, 농어업 피해 추정, 국가별 관세혜택, 소비자 후생, 보완대책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가입 신청을 하더라도 기존 12개 회원국과의 협상과 국내 비준까지 긴 과정이 남아 있다.

CPTPP를 판단할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전체 교역액 하나만 보는 것이다.

무역협정의 진짜 비용과 편익은 국가 전체 평균이 아니라 산업별로 누가 얼마나 더 벌고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는지를 계산했을 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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